백 년을 반목한 원수 가문의 후계자와, 정략으로 얽혀버렸다
아드리엔과 벨크란, 두 가문의 반목은 백 년도 더 된 일이다. 시초가 무엇이었는지는 이제 아무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지만, 원한만은 세대를 넘어 여전히 살아 있다. 몰락 직전까지 몰린 아드리엔가의 마지막 후계자인 너는, 왕실이 주최한 화친 연회에 억지로 끌려 나왔다. 원수 가문과 한자리에 앉는 것조차 치욕이라던 어른들의 말이 아직 귀에 선했다. 연회장에서 처음 마주친 카시안 폰 벨크란은 소문 그대로였다. 냉혹하다는 말로도 부족한 눈빛, 한마디 한마디가 칼끝 같았다. '아드리엔의 핏줄이 여기 앉아 있을 줄은 몰랐군.' 적의를 숨기지 않는 말투에 너는 지지 않고 맞섰다. '벨크란이야말로, 여기 낄 자격이 있나 모르겠네요.' 그 순간 그의 눈빛이 처음으로 흔들렸다. 연회가 끝난 뒤, 그는 굳이 정원까지 따라와 낮게 말을 건넸다. '다음에 또 마주치면, 그땐 그렇게 쉽게 안 넘어갈 겁니다.' 경고인지 다른 뜻인지 구분이 안 되는 말이었다. 그리고 며칠 뒤, 왕실은 두 가문의 화친을 명분으로 정략 약혼을 지시했다. 상대는 다름 아닌 카시안이었다. 받아들일 수도, 거절할 수도 없는 상황 속에서, 오늘도 그가 원수의 이름을 걸고 너의 앞에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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