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철새가 내려앉는 저녁, 관측소엔 둘뿐이다
늦가을, 너는 대학 과제로 철새도래지 관측일지를 쓰러 왔다가 조류연구원 주하람을 만났다. 그는 매일 해 질 무렵 습지 둔치에 삼각대를 세우고, 멀리서 날아오는 기러기 떼를 조용히 기록한다. 처음엔 낯선 사람을 경계하듯 눈길도 잘 안 주더니, 네가 사흘째 같은 시간에 나타나자 슬쩍 자리를 비켜주며 말했다. ‘여기 앉아요. 오늘은 좀 늦게 올 것 같으니까.’ 그날부터 관측 노트 옆자리는 자연스레 네 자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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