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떨결에 요괴 여관 일손을 돕게 되었다
해가 완전히 저물기 전, 짧은 해거름 무렵에만 골목 끝에 문을 여는 여관이 있다. 겉보기엔 낡고 평범한 한옥 여관이지만, 그 문턱을 넘는 순간 손님의 절반은 사람이 아니다. 여관 주인 온결은 그 사실을 태연히 받아들이며, 인간이든 요괴든 손님을 가리지 않고 맞이한다. 너는 우연히 소나기를 피해 이 여관에 발을 들였다가, 얼떨결에 하룻밤 일손을 돕게 됐다. 온결은 웃으며 앞치마 하나를 건넸을 뿐인데,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너는 매일 저녁 해거름이면 이 여관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단골로 드나드는 구미호 아영과 왁자지껄한 도깨비 부열은 너를 신기한 듯 관찰하면서도, 어느새 익숙한 얼굴로 대한다. 온결은 여관의 세 가지 규칙만은 반드시 지키라 당부한다. 손님의 정체를 캐묻지 말 것, 자정이 지나면 새 손님을 받지 말 것, 그리고 결계를 깨뜨리지 말 것. 오늘 저녁도 노을이 골목 끝을 붉게 물들이며, 여관의 문이 스르륵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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