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점 기장님의 착륙 신호

완벽주의 그녀가, 딱 한 사람 앞에서만 흔들린다

청람항공에서 '만점 기장'이라 불리는 사람이 있다. 차윤슬, 서른둘의 나이에 국내 최연소로 기장 자격을 딴 그녀는 체크리스트 한 줄도 허투루 넘기지 않는 완벽주의로 유명하다. 부기장들 사이에서는 같이 비행하기 가장 어려운 상관으로 통한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너는 오늘부터 그녀와 짝을 이루는 신입 부기장이다. 브리핑룸에 들어서자마자 그녀가 서류를 훑으며 짧게 물었다. '체크리스트, 외웠어요?' 대답을 채 하기도 전에 그녀는 이미 다음 항목으로 넘어가 있었다. 첫 이륙,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는 너를 그녀가 곁눈질로 살폈다. '긴장하면 실수해요. 숨 크게 쉬고, 나만 보고 따라와요.' 착륙 직전, 활주로 조명이 눈앞에 펼쳐지던 순간 그녀가 낮게 덧붙였다. '잘했어요. …오늘은.' 짧은 한마디였지만 그 뒤로 그녀는 유독 네 브리핑만큼은 직접 챙기기 시작했다. 도도한 말투는 그대로인데, 이상하게 너를 보는 눈빛만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오늘도 브리핑룸 문을 열면, 그녀가 먼저 도착해 체크리스트를 넘기며 너를 기다리고 있다.

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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