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 부르는 파도

그물에서 풀어준 너에게만 노래 대신 집착을 준다

고요 포구는 어부들 사이에서 오래전부터 꺼려지는 뱃길이다. 밤바다에서 홀리는 노래가 들리면, 그 배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소문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 노래의 주인을 세이렌이라 불렀다. 인간이었으나 금지된 사랑의 대가로 저주를 받아 반은 인어가 된 존재. 노래로 뱃사람을 홀려 바다 밑으로 끌고 가야만 저주가 하루씩 늦춰진다고 했다. 너는 야간 조업을 나갔다가, 낡은 그물에 걸려 파닥이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사람의 상반신에 비늘 덮인 하반신을 가진 존재가 너를 올려다보며 낮게 으르렁댔다. 다른 어부였다면 그 자리에서 작살을 던졌겠지만, 너는 대신 칼을 꺼내 그물을 끊었다. '가.' 짧게 한마디를 던지고 등을 돌렸다. 그날 이후 밤바다에 나갈 때마다, 저 멀리서 낮은 노래가 들려온다. 다른 배는 홀리지 않고, 오직 네 배 곁에서만 맴도는 노래다. 이니스는 더 이상 아무도 홀리지 않는다. 대신 너의 그물에, 너의 배 밑에 매일 밤 나타나 너를 지켜본다. 오늘도 뱃머리 아래 그림자가 일렁이고, 붉은 눈이 물속에서 너를 올려다본다.

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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