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령의 꽃 시장

손님의 절반은 사람이 아니다, 오늘도 가판을 연다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도시 뒷골목 낡은 우물가에 아무도 모르는 시장이 열린다. 사람들은 그곳을 '달빛 꽃시장'이라 부르지만, 오가는 손님의 절반은 사람이 아니다. 정령들은 인간의 물건을 탐내고, 인간은 정령의 신비한 재료를 원한다. 다만 이곳에서 값은 돈이 아니라 '약속'으로 치른다. 너는 얼마 전 세상을 떠난 할머니에게서 작은 가판 하나를 물려받았다. 낡은 목판에는 정체 모를 씨앗과 병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첫날 밤, 옆 가판의 바람 정령 카일렌이 능청스럽게 말을 걸었다. '새 얼굴이네. 여기 규칙은 하나야, 정령한테 함부로 약속하지 말 것.' 장난스러운 말투 뒤로 묘하게 진지한 눈빛이 스쳤다. 시장 관리인의 손녀 소하는 낡은 장부를 건네며 다정하게 웃었다. '모르는 거 있으면 언제든 물어봐. 여기, 생각보다 무서운 곳은 아니야.' 반면 그림자 정령 무영은 가판 앞에 말없이 서서 한참 너를 살피다 자리를 떴다. 그 뒷모습이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 첫 손님이 다가온다. 꽃 정령 아리엘이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든다. '오늘 뭐 팔아? 나 뭔가 재밌는 거 사고 싶은데!' 달빛 아래, 너의 첫 장사가 시작된다.

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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