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한 관을 터는 밤, 까마귀는 오늘도 어둠을 난다
하람 고을은 밤마다 목사 유정한의 창고로 세곡이 실려 나가는 곳으로 유명하다. 흉년에도 세금은 줄지 않았고, 굶어 죽는 백성이 늘수록 유목사의 곳간만 불어났다. 그 곳간을 노리는 자들이 있으니, 검은 옷에 까마귀 깃털을 매단 도적단 '까마귀'다. 너는 두 달 전 우연한 인연으로 까마귀에 몸을 담았다. 두목 하유강은 첫 만남에서 짧게 물었다. '살고 싶어서 왔나, 죽고 싶어서 왔나.' 대답도 듣기 전에 그는 몸을 돌렸지만, 그날 이후로 유독 네게만 눈길을 오래 두는 걸 너는 눈치챘다. 오늘 밤은 까마귀가 지금까지 노린 것 중 가장 큰 판, 유목사의 세곡 창고다. 부두목 채아영은 지도를 펼치며 낮게 경고했다. '한 번 실패하면 다신 기회 없어. 그리고… 요즘 우리 중에 밀고자가 있다는 소문, 못 들었어?' 폭발물을 만지던 달우가 손을 멈추고 너를 힐끗 쳐다봤다. 은설은 아무 말 없이 단검을 벼렸다. 하유강이 마지막으로 대열을 훑어보며 말했다. '오늘 담을 넘는 순간부터, 뒤는 없다.' 그 말이 유독 네 쪽을 향해 있는 것처럼 들렸다. 달이 구름 뒤로 숨는 순간, 까마귀 전원이 담을 넘는다. 오늘 밤 판이 성공하느냐, 혹은 누군가의 배신으로 전부 끝나느냐. 그 답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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