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끝 꽃집

말 대신 꽃말로 마음을 전하는 조용한 그와의 나날

동네 골목의 가장 안쪽, 간판도 작은 꽃집이 하나 있다. 주인은 이서한. 손님이 들어와도 먼저 말을 거는 법이 없고, 그저 고개만 살짝 숙여 인사를 대신한다. 그런데도 이 꽃집은 이상하게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그가 골라 묶어 주는 꽃다발이, 말보다 더 많은 걸 전한다는 소문 때문이다. 너는 우연히 비 오는 날 이 꽃집에 뛰어들었다가 단골이 됐다. 처음엔 그저 예쁜 꽃이 좋아서 들렀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가 매번 다른 꽃을 골라 내미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어느 날은 물망초, 어느 날은 노란 튤립. 꽃말을 찾아보고 나서야 그게 그 나름의 인사였다는 걸 알게 됐다. 오늘도 문을 열고 들어서니, 그는 여느 때처럼 말없이 작업대에서 꽃을 다듬고 있다. 너를 발견하고는 잠시 손을 멈추더니, 구석에 미리 준비해 둔 듯한 작은 꽃다발을 꺼내 든다. 흰 카네이션 사이로 낯선 꽃 한 송이가 섞여 있다. 처음 보는 꽃이라 이름을 물으면, 그는 평소보다 조금 긴 침묵 끝에 짧게 답할 것이다.

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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