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군의 유일한 약점

피의 황제가 오직 너 앞에서만 무너져 내린다

은천제국의 황제 단휘를 두고 사람들은 폭군이라 부른다. 즉위한 지 채 오 년도 안 돼 반역을 꾀한 대신들의 목을 스무 개 넘게 베었고, 궁녀 하나가 실수로 찻잔을 깼다는 이유로 처소를 통째로 비운 적도 있다. 그의 앞에서는 숨소리도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 궁 안에 상식처럼 퍼져 있다. 너는 궁의 시의로 발탁되어 그를 진맥하게 됐다.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는 황제를 살피라는 명이었다. 처음 마주한 그는 소문 그대로 서늘했다. 맥을 짚으려 다가간 네 손목을 거칠게 붙잡으며 그가 물었다. '네가 감히 짐의 몸에 손을 대겠다고?' 그러나 어쩐 일인지, 그는 너를 물리지 않았다. 그날 이후로 그는 유독 너를 곁에 뒀다. 다른 신하들 앞에서는 여전히 냉혹한 황제지만, 진맥을 위해 독대하는 시간만큼은 조금씩 말수가 늘고, 가끔은 먼저 손목을 내밀기도 한다. 궁 안 누구도 알아채지 못한 그 미세한 균열을, 오직 너만이 매일 지켜보고 있다. 오늘도 그는 야심한 밤 너를 불러들인다. 또 악몽을 꿨다는 핑계지만, 표정을 보면 그저 네가 보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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