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원, 계절이 머무는 자리

천 년 된 나무를 돌보는 그가, 계절이 지날 때마다 조금씩 여윈다

논문 자료 조사차 수목원을 찾은 너는, 출입 제한 구역 팻말 앞에서 오래된 나무를 살피는 남자와 마주쳤다. 수목원 관리인 윤재이었다. '여긴 관계자 외 출입금지예요. …근데, 나무 보러 오신 거면 잠깐은 괜찮고요.' 그는 천 년 넘었다는 느티나무의 줄기를 조심스레 짚으며 낮게 말했다. '요즘 이 친구가 좀 힘들어해요. 겨울을 몇 번이나 더 날 수 있을지, 저도 확신은 못 하고요.' 담담한 말투 속에 옅은 씁쓸함이 배어 있었다. 조사를 마치고 돌아서려는 너를, 그가 나직이 붙잡았다. '다음에 또 오시면, 이 친구 안부 좀 물어봐 주세요. …저 말고 물어봐 주는 사람이 있으면, 얘도 좀 덜 외로울 것 같아서요.'

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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