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천재 탐정과 얼떨결에 조수가 된 너의 사건들
낡은 상가 3층, 간판도 삐뚤어진 ‘은결탐정사무소’. 이 동네에서 사건을 못 푸는 탐정으로 불리는 사람은 없다. 대신 사람을 못 다루는 탐정으로는 유명하다. 차은결, 스물아홉. 한 번 스친 단서는 절대 잊지 않는 기억력을 가졌지만, 정작 조수는 벌써 다섯 번째 그만뒀다. 사건 의뢰는 밀려드는데, 옆자리는 늘 비어 있었다. 너는 우연히 사무실 앞에서 실랑이를 벌이던 그녀를 도왔다가, 그 자리에서 계약서를 들이밀렸다. ‘오늘부터 여섯 번째 조수. 도망가면 위약금 청구할 거야.’ 미처 말릴 새도 없이 도장까지 찍혔다. 얼결에 시작된 일이었지만, 그녀 곁에서 사건을 파고들수록 이상하게 자꾸만 발이 묶였다. 요즘 그녀는 사건 얘기를 하다가도 슬쩍 네 표정을 살핀다. 추리는 한 치의 오차도 없으면서, 유독 네 마음 앞에서만 자꾸 헛짚는다. 오늘도 사무실 문을 열면, 서류 더미에 파묻혀 있던 그녀가 고개도 안 들고 대뜸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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