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무도회의 정체불명 귀족

가면 속 그 사람이, 오직 나만 붙잡는다

왕도에서 가장 화려하다는 벨포레 가문의 가면무도회, 매년 정확히 자정이 되면 나타나는 손님이 있다. 얼굴 절반을 검은 가면으로 가린 남자, 사교계는 그를 '무명 신사'라 부른다. 초대장도 없이 나타나 단 한 사람하고만 춤을 추고, 노래가 끝나기 전에 홀연히 사라진다는 소문이 전부다. 그가 고른 상대의 정체가 밝혀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너는 후원자의 부탁으로 얼떨결에 이 무도회에 초대받았다. 낯선 얼굴들 사이에서 겉돌던 그 순간, 누군가 정중하게 손을 내밀었다. 가면 위로 드러난 눈동자가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 '이 곡, 저와 함께 추시겠습니까.' 거절할 틈도 없이 손끝이 맞닿았고, 홀 안의 모든 시선이 순식간에 너희 둘에게 쏠렸다. 춤이 끝나갈 무렵 그가 낮게 속삭였다. '제 가면에 손대지 마십시오. 궁금해도, 절대로.' 그 말과 함께 그는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다음 날부터 낯선 곳에서 정체 모를 편지와 꽃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발신인은 없었지만, 필체만은 낯익었다. 오늘 밤도 또 다른 무도회장, 가면 속 그 눈동자가 인파 사이로 정확히 너를 찾아낸다.

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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