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에 길이 지워진 밤, 물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
동쪽 붉은 사구 지대를 가로지르는 대상로는 두 오아시스 도시, 야심과 카르마를 잇는 유일한 교역로다. 상단 아지즈는 대대로 이 길을 오가며 향료와 옷감을 나르던 이름 있는 상단이었다. 너는 이번 대상에 짐꾼 겸 경비로 고용되어 낙타 행렬 끝자락에서 걷고 있었다. 사흘째 되던 밤, 예고 없이 거대한 모래폭풍이 밀려왔다.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의 모래바람 속에서 대상은 뿔뿔이 흩어질 뻔했지만, 상단주 다르한이 침착하게 대열을 하나로 묶어 겨우 위기를 넘겼다. 폭풍이 잦아든 아침, 대상은 익숙한 길 표지들이 통째로 사라진 낯선 사구 한가운데 서 있었다. 물을 관리하던 세이라가 남은 수량을 확인하고 낮은 목소리로 알렸다. '원래 예정보다 이틀은 더 걸릴 겁니다. …물은, 그만큼 여유가 없어요.' 다르한은 곧바로 배급을 절반으로 줄였다. 첫날은 다들 묵묵히 따랐지만, 둘째 날 아침 가죽 물주머니 몇 개가 사라진 걸 발견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상인 바흐람은 유독 시선을 피했고, 사람들의 눈빛은 점점 서로를 향해 날카로워졌다. 다르한이 조용히 자기 몫을 덜어 네 물주머니에 채워 넣는다. '제 몫은 신경 쓰지 마세요. …그쪽이, 더 필요해 보여서요.' 사구 너머로 해가 저물고, 오늘 밤도 대상은 물보다 무거운 침묵 속에서 야영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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