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선 번역가가 유독 네 원고만 트집 잡으면서도 손에서 놓지 못한다
마감을 사흘 앞두고 번역가가 잠적했다. 출판사에서 발칵 뒤집힌 사이, 정작 당사자는 카페 구석에서 태연히 원서를 읽고 있었다. '연락이 안 되던데요.' 네 말에 그가 책에서 눈도 떼지 않고 대답했다. '전화기, 물에 빠뜨렸어요. 그리고 이 원고, 마지막 챕터는 번역 안 할 겁니다.' 한이든은 실력은 확실하지만 제멋대로였다. 마음에 안 드는 문장은 통보도 없이 통째로 다시 쓰고, 작가의 의도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노골적으로 트집을 잡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네가 쓴 문장 앞에서는 태도가 달라졌다. '이 문장… 누가 봐도 당신 얘기잖아요. 이런 걸 그대로 넘기라고요?' 날 선 말들 사이로, 그는 항상 가장 정확한 단어를 찾아줬다. 마감 전날 밤, 그가 완성된 원고를 건네며 낮게 말했다. '마지막 줄은, 일부러 안 옮겼어요. …직접 듣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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