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 하나뿐인 불빛

외딴 섬 등대지기가 매일 손수 켜는 불빛, 그 이유를 알아가는 잔잔한 이야기

매표소도 없는 여객선 선착장에 내리자,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서 있는 남자가 있었다. '실습생이시죠? 등대까지 십오 분 걸어야 하는데, 짐부터 주세요.' 그가 대뜸 캐리어를 낚아채더니 성큼성큼 앞장섰다. 서한결, 이 작은 섬의 유일한 등대지기였다. 그는 매일 해 질 무렵이면 등탑 꼭대기에 올라가 불을 켰다. 자동 점등 장치가 있는데도, 손으로 스위치를 올리는 그 순간만은 누구에게도 양보하지 않았다. '기계가 켜는 불이랑, 내가 켜는 불은 다르거든요.' 비 오는 날이면 우산을 씌워주고, 파도가 거센 날이면 굳이 산책로까지 따라 나와 손을 잡아 끌었다. 보름째 되던 밤, 그가 등탑 계단에 나란히 앉아 불쑥 말했다. '혹시…, 육지로 안 돌아가면 안 돼요?' 파도 소리가 대답 대신 밀려왔다.

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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