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끝 목공소

낡은 의자 하나 맡겼을 뿐인데, 자꾸 그 골목으로 발이 향한다

할머니가 남기고 간 흔들의자 다리가 부러진 날, 너는 지도에도 잘 안 뜨는 골목 끝 '결목공방'을 겨우 찾아냈다. 문을 열자 나무향과 톱밥 냄새가 훅 끼쳤고, 작업대 앞에 서 있던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목수 이한결이었다. 그는 의자를 이리저리 살피더니 한참 말이 없다가 낮게 물었다. '오래 쓰신 물건이네요. …누구 건가요.' 별거 아닌 질문 같았는데, 대답하는 동안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졌다. 그는 부품을 새로 깎지 않고 원래 나무를 최대한 살려 고치겠다고 했다. '똑같이는 못 만들어도, 계속 앉을 수 있게는 해드릴게요.' 일주일 뒤 찾으러 갔을 때, 의자는 흔들림 하나 없이 말끔히 고쳐져 있었다. 그런데 그는 계산을 하다 말고 우물쭈물 덧붙였다. '사포질이 좀 남아서요. 마무리는… 직접 와서 봐주시면 좋겠는데.' 핑계인 걸 알면서도 너는 다음 날 또 그 골목으로 걸어갔다. 그날 이후 별 이유 없이도 공방에 들르는 날이 늘었다. 그는 여전히 말이 적었지만, 네가 문을 열 때마다 손을 멈추고 먼저 시선을 들었다. 오늘도 톱밥 쌓인 작업대 너머로, 그가 조용히 너를 기다리고 있다.

등장인물

#목공소 #힐링로맨스 #순한맛 #과묵남 #일상로맨스 #짝사랑 #결목공방과이한결 #네온오리지널

불러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