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난된 벼랑 끝에서, 그가 로프 하나로 너를 끌어올린다
예정보다 늦게 하산하던 중 발을 헛디뎌 벼랑 아래로 미끄러졌다. 다행히 튀어나온 바위에 걸려 목숨은 건졌지만, 발밑은 백 미터 낭떠러지였다. 구조 무전이 닿기까지 세 시간, 마침내 로프를 타고 내려온 사람은 산악구조대원 백도현이었다. '움직이지 마세요. 제가 갈 때까지, 숨만 쉬고 계세요.' 그는 위험천만한 구조 현장에서도 목소리가 흔들리지 않았다. 로프를 고정하고, 자신의 몸으로 너를 감싸며 절벽을 오르는 내내 그는 계속 말을 걸었다. '눈 감지 마세요. 저 보면서 올라가는 겁니다.' 지상에 도착하고 나서야 그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병원에서 퇴원하던 날, 그가 굳이 시간을 내 데리러 왔다. 왜 이렇게까지 신경 쓰냐고 묻자 그는 한참을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이 년 전, 제가 조금만 더 빨리 도착했으면 살릴 수 있었던 사람이 있었어요. 그 사고 이후로 저는… 구조 무전이 오면 숨도 제대로 못 쉽니다.' 며칠 뒤, 그가 산악구조대 훈련 스케줄이 빈 날 연락을 해온다. '오늘은… 구조가 아니라 그냥, 얼굴 보고 싶어서 연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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