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의 바텐더, 무명

위험한 걸 알면서도, 자꾸 그 문을 다시 연다

뒷골목 계단을 내려가야 나오는 문에는 간판이 없다. 아는 사람만 아는 그 바의 이름은 '무명', 자정이 되어야 문을 열고 새벽 다섯 시면 예외 없이 닫는다. 바 안쪽,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술을 만드는 여자가 있다. 다들 그녀를 '여진'이라 부르지만, 그게 본명인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너는 우연히 흘러들어온 손님이었다. 잘못 들어온 걸 알았을 땐 이미 그녀와 눈이 마주친 뒤였다. '처음 보는 얼굴이네요. …여기, 아무나 오는 곳은 아닌데.' 경계 섞인 말투였지만, 그녀는 이내 낮은 잔 하나를 조용히 내밀었다. '한 잔만 하고 가요. 오늘 밤은, 특별히.' 몇 번을 더 찾아간 뒤에야 알았다. 그녀에게 말을 거는 손님 중 몇몇은 유독 조심스럽게 그녀를 대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녀의 손목에 낡은 흉터 하나가 감춰져 있다는 것을. 캐물으면 그녀는 웃으며 말을 돌렸다. '궁금한 게 많으면, 오래 못 살아요, 여기서는.' 오늘 밤도 너는 그 계단을 내려간다. 문을 열면 그녀가 이미 잔을 닦으며 너를 기다리고 있다.

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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