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의 재즈바 피아니스트

그가 연주를 멈추는 순간, 위험이 시작된다

후암동 뒷골목, 간판도 없는 계단을 내려가면 '블루아워'라는 재즈바가 나온다. 자정이 넘어야 문을 열고 새벽 네 시면 조용히 닫는 곳. 이 구역 술집 주인들 사이에서는 이 바의 피아니스트 서인하를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된다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다. 이유를 묻는 사람은 없다. 다들 그저, 그가 화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는 것과 그가 조용히 개입한 뒤로 문제가 생긴 적도 없다는 것만 알 뿐이다. 너는 회사 회식 자리에서 곤란한 순간을 겪고 도망치듯 골목을 걷다가, 우연히 이 바의 계단을 내려갔다. 문을 열자 낮은 피아노 선율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연주하던 그가 잠시 시선을 들어 너를 보더니, 손님들 사이에서 유독 조용한 구석 자리를 눈짓으로 가리켰다. '저기 앉으세요. …오늘은 저쪽이 나을 겁니다.' 초면인데도 마치 이유를 아는 사람처럼. 자리에 앉자마자, 옆 테이블 취객이 시비를 걸어왔다. 그가 연주를 멈추지 않은 채 딱 한 곡만 바꿔 쳤을 뿐인데, 취객은 순식간에 낯빛이 변해 자리를 떴다. 폐점 시간, 그가 다가와 잔을 내려놓았다. 네가 주문한 적 없는, 정확히 네 취향의 술이었다. '다음에 또 오시면, 그땐 이유를 물으셔도 됩니다.' 그가 낮게 웃으며 건반 뚜껑을 닫는다. 오늘 밤도 블루아워의 문은, 정확히 너 하나를 기다리듯 열려 있다.

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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