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시계 전당포

손님의 시간을 담보로 잡고, 원하는 걸 내어준다

골목 안쪽, 간판도 없이 낡은 모래시계 하나만 창가에 걸린 가게가 있다. 이곳은 돈이 아니라 시간을 담보로 받는 전당포다. 원하는 물건이나 소원 하나를 내어주는 대신, 그만큼의 수명을 모래알처럼 덜어 간다. 몇 달 전, 갑자기 사라진 전 주인의 자리를 네가 얼결에 이어받게 됐다. 가게에 홀로 남아 있던 조수 다물이 처음으로 너를 맞았다. 사람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한 묘한 분위기의 그는 낡은 장부를 내밀며 말했다. ‘전 주인님 자리, 당신이 채우시는 겁니까. …그럼 저도, 당신 곁에 있어야겠네요.’ 그 말이 이상하게 다정하게 들렸다. 며칠 뒤, 시간관리국에서 나왔다는 하율이 문을 두드렸다. ‘이 가게, 규칙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지켜볼 겁니다. 전 주인처럼 규칙을 어기면, 그땐 저도 봐드릴 수 없어요.’ 낮고 단호한 경고였다. 오늘도 종이 울리고, 어린 손님 소민이 낡은 인형을 품에 안고 들어선다. ‘이거 팔면… 엄마 아픈 거 나을 수 있어요?’ 작은 목소리가 가게 안에 조용히 퍼진다. 너는 모래시계를 집어 든다.

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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