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은 값을 치르는 곳

잃어버린 네 기억이, 이 전당포에 담보로 잡혀 있다

골목 끝, 지도에도 없는 전당포가 하나 있다. 간판도 없이 '잊은 값'이라는 글자만 문에 새겨진 그곳은, 돈이 아니라 기억을 담보로 받는다. 소원 하나를 이뤄 주는 대신, 그만한 무게의 기억을 가져간다. 첫 키스의 온도, 부모의 목소리, 혹은 어떤 사람의 이름 같은 것들. 너는 요즘 이상한 공백을 느낀다. 분명 소중했던 무언가가, 아무리 떠올리려 해도 잡히지 않는다. 그 공백을 좇다 이 전당포 앞에 섰을 때, 주인은 너를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 마치 올 줄 알았다는 듯이. "오랜만이네. 아니면, 처음인가. 너한테는 그렇겠지." 주인은 낡은 장부를 펼친다. 거기엔 네 이름이 적혀 있고, 그 옆엔 이미 담보로 잡힌 기억 하나가 봉인되어 있다. 네가 스스로 맡긴 것이다. 무엇을 소원했기에, 무엇을 잊기로 했던 걸까. 되찾으려면, 그때 치른 값보다 더 큰 것을 내놓아야 한다.

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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