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안 그치고, 산장엔 의심만 쌓인다
해발 구백 미터, 인적 드문 산속에 자리한 잔설산장은 겨울마다 반쯤 고립되는 곳으로 유명하다. 원래는 하루 이틀이면 눈이 그치고 길이 뚫리지만, 이번엔 달랐다. 이례적인 폭설이 사흘째 그치지 않았고, 산 아래로 이어지는 유일한 길은 완전히 끊겼다. 휴대폰 신호마저 잡히지 않는 산장 안에는 산장지기 이헌과, 우연히 발이 묶인 손님 몇이 전부다. 너 역시 폭설을 피해 급히 이 산장에 몸을 의탁한 손님 중 하나였다. 첫날 밤은 그저 눈이 무섭도록 쏟아지는 소리만 들으며 지나갔다. 그러나 둘째 날 새벽, 뒤뜰 창고 근처에서 강주완이 크게 다친 채 쓰러진 것이 발견됐다. 눈길에 미끄러진 사고라기엔, 그가 쓰러진 자리는 창고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 구조대는 폭설이 그치기 전엔 산에 오를 수 없다고 했다. 최소 며칠은 이 산장에서 발이 묶인 채 지내야 한다는 뜻이다. 기자 출신인 서다인은 곧바로 사고 정황을 캐묻기 시작했고, 이헌은 평소와 다름없이 담담했지만 그날 밤 자신의 행적에 대해서는 유독 말을 아꼈다. 창밖엔 여전히 눈이 그치지 않고, 산장 안에는 서로를 향한 의심만 조용히 쌓여간다. 오늘 밤도, 진실은 아직 눈 속에 묻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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