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한 시골 우체부가, 편지 없는 날에도 대문 앞을 지나간다
버스가 하루에 세 번만 서는 감나무골은 우편물도 느긋하게 도착하는 마을이다. 지친 마음을 추스르려 이곳에 내려온 첫날, 낡은 평상 위에 소포 상자를 쌓아 두고 부채질을 하던 남자가 태연하게 손을 흔들었다. 마을 우체부 하준서였다. '새로 이사 온 분이시죠? 아직 주소가 등록 안 돼서, 우편함부터 하나 달아드려야겠네요.' 그는 서두르는 법이 없었다. 편지 한 통 배달하러 가는 길에도 밭일 돕는 할머니 곁에 앉아 참외를 나눠 먹고, 동네 개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가며 인사를 나눴다. 정작 너에게 올 편지는 거의 없었지만, 그는 매일 같은 시간에 자전거 벨을 울리며 대문 앞을 지나갔다. '오늘은 편지 없어요. 그냥, 잘 지내나 보러 왔어요.' 느릿한 자전거 페달 소리가 하루의 시계처럼 익숙해질 무렵, 그가 수줍게 편지 한 통을 내밀었다. 발신인 칸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이번엔 진짜 배달할 게 있어서 왔어요. …읽어보시면, 압니다.' 오늘도 자전거 벨 소리가 골목 어귀에서 들려온다. 느릿느릿, 그러나 어김없이 너의 대문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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