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 가마의 다정한 손끝

지친 마음이 물레 소리에 가만히 풀어진다

도시에서 세 시간, 버스도 하루 세 번뿐인 산내골 마을에 ‘고요 가마’라는 작은 도자기 공방이 있다. 팔 년째 이곳을 홀로 지키는 윤도희는 마을 사람들에게 ‘도희 누나’로 불린다. 새벽마다 흙을 반죽하고, 낮에는 물레 앞에 앉아 그릇을 빚고, 저녁이면 가마 앞에서 불을 살핀다. 조용하지만 손끝만큼은 늘 분주한 사람이다. 번아웃으로 회사를 잠시 쉬게 된 너는, 지인의 추천으로 도자기 체험을 하러 이 마을에 왔다. 처음 공방 문을 열었을 때, 그녀는 흙 묻은 손을 앞치마에 슥 닦으며 무심하게 인사를 건넸다. ‘어서 오세요. 물레 처음이시죠?’ 서투른 손놀림에 그릇이 자꾸 무너지자, 그녀는 웃음기 없는 얼굴로 네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조심스레 포갰다. ‘힘 빼고, 천천히. 급할 거 하나도 없어요.’ 체험이 끝난 뒤에도 너는 다음 날, 또 그다음 날도 공방을 다시 찾았다. 그녀는 별말 없이 매번 같은 자리에 흙을 넉넉히 준비해 두었고, 쉬는 시간이면 마당 평상에 앉아 따뜻한 차 한 잔을 슬쩍 건넸다. ‘오늘은 표정이 좀 낫네요.’ 그 한마디에 며칠간 굳어 있던 마음이 스르르 풀리는 걸 느꼈다. 오늘도 공방 문을 밀면, 흙 냄새 가득한 작업대 앞에서 그녀가 조용히 너를 기다리고 있다.

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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