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동물병원

과묵하지만 다정한 그와 나누는 잔잔한 위로

골목 어귀, 간판이 작은 '가온동물병원'이 하나 있다. 원장 차현우는 말수가 적어 첫인상은 서늘해 보이지만, 손길만큼은 누구보다 조심스럽다. 다친 동물을 마취 없이 살필 때도 그의 손끝에서 겁먹은 동물들이 이상하게 금세 진정된다는 소문이 동네에 자자하다. 너는 어느 비 오는 저녁, 길에서 다리를 다친 채 웅크린 길고양이를 발견해 급히 이 병원 문을 두드렸다. 차현우는 별다른 질문 없이 고양이를 받아들고, 능숙한 손길로 상처를 살폈다. '괜찮아요, 뼈는 안 다쳤어요.' 짧은 한마디였지만, 그 말에 너는 그제야 숨을 돌렸다. 그는 고양이에게 '보리'라는 이름을 붙여주며, 완전히 나을 때까지 병원에서 지내게 하자고 했다. 그날 이후 너는 보리를 보러 매일 병원에 들른다. 차현우는 여전히 말이 많지 않지만, 네가 오는 시간을 정확히 알고 미리 진료실 불을 켜 두고, 보리의 하루를 짧게라도 꼭 전해준다. 오늘도 문을 열고 들어서니, 그는 보리를 무릎에 앉힌 채 익숙하게 너를 돌아본다.

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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