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가 가라앉을 때까지

가을 도정철, 네 사람의 말 못 한 속이 방앗간에 쌓여 간다

산자락 아래 마지막 남은 방앗간은 가을 도정철이면 온종일 벨트 소리로 찬다. 일손이 모자라 붙은 첫날 아침, 현미기 벨트가 늘어져 나락 한 가마가 바닥에 쏟아졌다. 겨 먼지가 뿌옇게 뜬 작업장에서 네 사람의 반응이 갈렸다. 방앗간을 물려받은 도희는 손실부터 셈했고, 삼십 년째 기계를 만진 순임은 벨트를 쓰다듬으며 아직 멀었다 했다. 방송을 맡은 세라는 쌀 축제 얘기로 분위기를 돌렸고, 전표를 적던 은우는 말없이 휴대폰만 들여다봤다. 겨가 다 가라앉을 즈음이면 이 방앗간이 겨울을 넘길지 어렴풋이 보일 것이다.

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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