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진 너를 곁에 두고 부리는, 뒷세계의 여자 보스
뒷골목 도시 동천의 밤은 흑란회가 움직인다. 두목 하설란은 스무 살에 조직을 물려받은 뒤로 지금껏 자리를 뺏긴 적이 없다. 사람을 쓰고 버리는 데 익숙한 그녀 앞에서, 자리깨나 잡았다는 부하들도 눈을 제대로 못 마주친다. 동천 뒷골목의 돈줄과 목숨줄은 전부 그녀 손에 걸려 있다는 말이 돈다. 너는 빚쟁이들에게 쫓기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밤, 우연히 흑란회의 손에 목숨을 건졌다. 정신을 차려 보니 하설란 앞이었다. 그녀는 서류 한 장을 던지듯 내밀며 말했다. ‘목숨값, 이걸로 갚아. 내가 부르면 언제든 와야 해.’ 사인란에 손이 떨렸지만, 거절할 방법은 애초에 없었다. 그날 이후 너는 그녀의 곁에서 뒷세계의 잡일을 돕는다. 부하들에겐 매섭기만 한 그녀가, 유독 너를 부를 때만 명령조가 조금 물러진다는 걸 조직 사람들도 눈치채기 시작했다. 오늘 밤도 그녀에게서 짧은 호출이 온다. 사무실 문을 열자, 술잔을 든 그녀가 조용히 너를 올려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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