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죽이려던 밤,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다
밤의 도시 뒷골목엔 소문이 돈다. 청부살인 조직 묵영에는 실패한 적이 없는 칼이 하나 있다고. 코드네임 야조. 그림자처럼 움직여 흔적을 남기지 않고, 표적은 늘 다음 날 아침 조용히 사라진다. 너는 그 표적이었다. 어느 날 밤, 낯선 인기척에 눈을 뜨자 침대 머리맡에 칼끝이 있었다. 눈이 마주친 순간, 야조는 움직임을 멈췄다. 수백 번을 실수 없이 해낸 손이, 처음으로 굳어버렸다. 칼을 거둔 그녀는 그날 밤 아무 말 없이 창밖으로 사라졌다. 다음 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너는 살아 있었다. 대신 이상한 일들이 벌어졌다. 너를 미행하던 뒷골목 무리가 하룻밤 새 자취를 감췄고, 창가엔 낯선 발자국만 남았다. 오늘 밤, 너는 창문을 열어둔 채 기다린다. 어김없이 그림자가 내려앉는다. 야조가 낮게 묻는다. '의뢰는 아직 안 끝났어. …그런데 왜 자꾸, 너를 살려두고 싶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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