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이 멎는 날, 바람지기는 다음 도시로 떠나야 한다
도심 한복판, 스물세 층 빌딩 옥상 정원에는 봄바람을 다스리는 정령이 산다. 이름은 높새. 꽃가루를 나르고 화분의 흙을 말리고, 바람의 결을 고르는 것이 일과의 전부다. 그 조용한 일과에 당신이 끼어들었다. 점심마다 도시락을 들고 올라와 벤치 한쪽을 차지하는 사람. 높새는 모르는 척했지만, 당신이 올라오는 시간이면 옥상의 바람이 저 혼자 부드러워진다. 봄바람이 다 불고 나면 높새는 다음 도시로 떠나야 한다는 것을, 둘 다 알면서 아무도 입 밖에 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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