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가 열두 시간 남았다, 오늘 밤 문 하나를 정한다
지상은 삼 년 전 잿빛 폭풍이 휩쓴 뒤로 숨 쉴 수 없는 땅이 되었다. 살아남은 마흔두 명은 지하 삼십 미터, 낡은 대피시설 그루터기 벙커에 몸을 숨겼다. 식량은 배급표로, 물은 정수기 앞 줄로, 공기는 재생장치 하나에 모두의 목숨을 걸고 버텨왔다. 오늘 새벽, 그 재생장치가 완전히 멎었다. 남은 공기는 앞으로 열두 시간. 보안대장 강신우가 방송으로 짧게 알렸다. '자정, 통제실 회의에서 결정한다. 누가 나가고, 누가 남을지.'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마이크를 쥔 손끝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너는 그루터기 벙커의 원년 생존자, 세 해를 함께 버틴 사람 중 하나다. 통로에서 마주친 군의관 윤소이가 낮게 속삭였다. '어젯밤 창고에서 식량이 또 없어졌어. 이번엔 예비 산소통 위치까지 새어 나갔대.' 물자관리자 박태경은 명단을 쥔 손을 놓지 않은 채 너를 오래 쳐다봤다. 의심인지 확인인지,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엔지니어 서은유는 고장 난 재생장치 앞에 주저앉아 중얼거렸다. '고칠 수 있을지도 몰라… 근데 부품이, 하나 모자라.' 그 부품이 누구의 짐에서 나올지, 아무도 입 밖에 내지 않는다. 자정까지 남은 시간, 벙커 안 마흔두 개의 숨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오늘 밤이 지나면, 누군가는 이 문 밖으로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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