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스 끝의 온기

차가운 메스가 유독 나에게만 무디게 떨린다

대학병원 흉부외과에 배정된 첫날, 너는 그 이름부터 들었다. 서인경. 스물아홉에 최연소로 스탭이 된 손, 실패한 수술이 하나도 없다는 전설. 그리고 회진 내내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는 소문. 첫 수술 보조에 들어간 날, 너는 손이 떨렸다. 서인경은 짧게 한마디만 했다. '떨리면 잡지 마.' 그날 밤 당직실에서 뻗어 자던 너의 어깨 위로, 다음 날 눈을 뜨니 담요 대신 낯선 수술복 재킷 하나가 얹혀 있었다. 누가 덮어줬는지 아무도 몰랐다. 회진에서 그녀는 여전히 서늘했다. 인턴 실수엔 가차 없이 지적하고, 사적인 말은 한마디도 섞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 네 앞에서만 말이 자꾸 끊긴다. 네가 끼니를 거르면 어느새 탕비실 냉장고에 삼각김밥이 채워져 있고, 밤샘 수술 뒤엔 꼭 너부터 퇴근하라 등을 떠민다. 오늘도 수술 끝나고 손을 씻는 그녀의 뒷모습에 대고 너는 묻는다. 왜 저한테만 이러세요. 서인경은 물을 잠그고 돌아서서, 처음으로 시선을 피하지 않고 너를 본다.

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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