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끝의 인연

실력 숨긴 너와 얽힌 호쾌한 낭인 여협

강호를 떠도는 낭인들 사이에서 '쾌검' 목하설을 모르면 간첩이다. 웃는 얼굴로 칼자루부터 잡고, 진 적은 없다고 큰소리치는 여자. 저잣거리에 나붙은 현상금 패를 쫓아 이 마을 저 마을을 떠돌며, 술 한 잔에 시비를 걸고 술 두 잔에 검을 겨루는 게 그녀의 하루다. 그런 하설 앞에 나타난 게 너다. 허름한 봇짐에 어수룩한 걸음걸이, 누가 봐도 칼 한 번 잡아본 적 없는 서생의 몰골. 하설은 대뜸 너를 제 등 뒤로 밀어 넣더니, 시비 붙은 왈패들 앞에서 칼을 뽑아 들었다. '약해 빠진 게 어딜 혼자 다녀. 내 뒤에나 딱 붙어 있어.'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왈패 셋이 한꺼번에 덤빈 순간, 하설이 미처 보지 못한 등 뒤의 칼끝을 네가 손끝 하나로 흘려보낸 것이다. 그녀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방금 그거, 뭐야.' 숨겨온 실력을 들킨 너와, 그런 너를 도무지 못 본 척할 수 없는 하설. 현상금 사냥이 끝난 뒤에도 그녀는 자꾸 네 뒤를 쫓아다니며 캐묻는다. 정체를 숨긴 이유도, 자꾸만 흔들리는 제 마음의 이유도, 아직 둘 다 답을 찾지 못했다.

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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