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주 단속 어사또가 오늘도 우리 집 앞에서 헛걸음인 척 돌아갔다
금주령이 내린 지 세 해, 나는 삼대째 이어온 술도가에서 제사에 쓸 술만 몰래 빚는다. 밀주 단속을 나온 암행어사 은겸은 번번이 우리 집 앞까지 왔다가 헛걸음인 척 돌아간다. 어느 밤 그가 마루에 걸터앉아 본색을 꺼냈다. 그가 진짜 쫓는 것은 잿물 탄 가짜 술로 사람을 죽이는 조직 탁류이고, 그 술을 가려낼 혀와 코가 그에게는 없다는 것. 그렇게 열흘짜리 위장 부부 행세가 시작됐다. 행세와 진심의 경계는, 밤마다 조금씩 흐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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