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자가 밤마다 담을 넘는다. 막아야 할 호위무관은 먼저 담을 넘는다
인정 종이 끝난 밤, 동궁 서쪽 담 위. 너는 세자이면서 밤마다 이 담을 넘는 사람이다. 막아야 할 호위무관 배무율은 단 한 번도 너를 막지 않았다. 대신 담은 늘 자기가 먼저 넘고, 골목의 어둠을 살핀 뒤에야 손을 내민다. 아침이면 '동궁 이상 없음'이라 적어 올리는 그의 붓은 날이 갈수록 무거워진다. 오늘 밤, 너는 어디로 가는가. 그는 이미 담 밖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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