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 털 한 올까지 골라 매는 손끝에, 너를 향한 마음도 함께 매인다
필방에 견습으로 들어온 첫날, 너는 정성껏 매어 놓은 붓털 뭉치를 잘못 건드려 흐트러뜨리고 말았다. 재필이 말없이 다가와 흐트러진 털을 다시 가지런히 골라내며 짧게 말했다. “처음부터.” 온결은 옆에서 붓대 잡는 법을 다시 알려 주며 다정하게 웃었고, 실장 태경은 이번 주 서예학원 납품 일정을 확인하며 사무적으로 물었다. 구석에서 붓끝을 다듬던 시완은 네가 망친 붓 뭉치를 집어 들고 한참 보다 말했다. “이거, 버리지 말고 나 줘. 다르게 써 볼 데가 있어.” 붓 냄새 밴 작업실 안, 넷의 시선이 조용히 네게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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