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장을 찍으면 내 굴뚝이 무너지고, 안 찍으면 그가 무너진다
할머니가 남긴 건 통장이 아니라 마흔 해 된 목욕탕이었다. 장례가 끝나기도 전에 재개발 시행사의 협상 담당 진무영이 찾아왔다. 구역 전체에서 도장을 안 찍은 집은 이제 수정탕 하나뿐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 남자, 매일 아침 여섯 시에 첫 손님으로 출근 도장을 찍는다. 보일러 배관도를 나보다 잘 읽고, 탈의실 어느 사물함이 안 잠기는지도 안다. 그가 도장을 못 받으면 그가 잘리고, 도장을 찍으면 내 굴뚝이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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