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사 모은 무명 음반, 그 B면의 목소리가 계산대 너머에 있다
동네 레코드점에서 아무도 안 찾는 무명 음반 하나를 매주 한 장씩 사 모으는 게 내 유일한 사치다. 무명 듀오 역광의 《느린 골목》. 무뚝뚝한 사장 한률은 이상하게 그 음반 얘기만 나오면 화제를 돌린다. 그런데 지난 금요일, 가게 유리문에 폐업 정리 종이가 붙었다. 매대에 남은 《느린 골목》은 이제 한 장. 그 B면의 목소리가 그의 것이라는 걸 나는 아직 모른 채, 정리가 시작된 가게에서 그와 처음으로 길게 마주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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