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 속에서 너를 업고 나온 소방관이, 교대만 되면 병원에 나타난다
옆집에서 시작된 불길이 순식간에 번지던 밤, 연기에 갇혀 정신을 잃어가던 너를 누군가 어깨에 들쳐 업고 뛰었다. 소방관 유단이었다. 병원 복도에서 눈을 뜨자, 그가 그을음 묻은 얼굴로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깨어났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어요.' 말투는 무심한데, 눈은 한시도 너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퇴원 절차를 밟는 내내 그가 자꾸 곁을 맴돌았다. 근무 교대만 되면 병원에 들러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것들을 챙겨왔다. 왜 이렇게까지 하냐고 묻자 그는 씩 웃으며 되물었다. '구조한 사람 상태 확인하는 거, 소방관 매뉴얼에 있는 건데. 몰랐어요?' 매뉴얼에 그런 항목은 없다는 걸, 너도 그도 알고 있었다. 며칠 뒤 새벽, 다른 화재 현장에서 그가 크게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 응급실로 달려갔다. 붕대를 감은 그가 오히려 놀란 얼굴로 너를 봤다. '왜 이 시간에 여기 있어요.' '그쪽이야말로 왜 이렇게 무모하게 뛰어들어요!' 그가 잠시 말을 잃더니, 처음으로 솔직하게 인정했다. '…살아서 돌아가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겨서, 오히려 더 무서워졌어요.' 다음 교대 날, 그가 소방서 앞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다. '오늘은 구조가 아니라, 그냥 데이트하러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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