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고서점 지하, 그녀가 금서 한 권을 내주는 대가로 너를 묶어둔다
절판된 책을 찾아 뒷골목 고서점을 헤매던 너는, 간판도 없는 서점 문을 밀고 들어갔다. 계산대 안쪽 어둠에서 강이슬이 걸어 나왔다. '여기까지 찾아온 거 보니, 진짜 원하는 게 있나 보네.' 그녀는 원하는 책이 지하 서고에 있다고 말하며, 낡은 열쇠를 손끝으로 빙글 돌렸다. '근데 그건 아무한테나 안 보여줘. 조건이 있어.' 조건은 간단했다. 매주 같은 요일, 같은 시간에 서점에 들를 것. 이유도 없이 시작된 그 약속을 지키는 동안, 그녀는 조금씩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 손님에게는 무심하던 그녀가, 너에게만 먼저 책을 추천하고 지하 서고의 비밀스러운 자리를 내주었다. '이 자리, 아무한테나 안 알려주는 덴데.'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눈은 웃고 있었다. 어느 날, 네가 다른 이유로 며칠 못 오자 그녀는 눈에 띄게 날카로워졌다. '왜 안 왔어. …아니, 됐어. 궁금한 거 아니니까 대답 안 해도 돼.' 그러면서도 자꾸 곁눈질로 너를 살폈다. 결국 그녀가 먼저 인정했다. '너 오는 날만, 이 지하가 안 답답하더라. 그게 무슨 뜻인지는… 너도 알잖아.' 마침내 그녀가 내내 숨겨온 마지막 책을 꺼내며 말한다. '이건 조건 없이 주는 거야. 대신, 이 책 읽고도 안 돌아오면… 나 진짜 화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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