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인은 표물로 적고, 표물과 엮인 표사는 깃발을 내려놓는다. 열흘 호송길에 따라붙은 너는 먼길표국 장부 맨 끝 줄에 '표물'로 적혔다. 밤마다 표사 한 명이 네 모닥불 곁을 지키는데, 첫날 밤부터 순번표가 고쳐져 있다. 순번을 짜면서 제 이름은 빼는 젊은 표두 윤도겸, 옛 표두였던 고석우, 제 일당으로 밤을 사는 장부지기 하서온, 규칙에 묶이지 않는 품삯 칼잡이 구혁. 닷새째 밤, 일행은 다섯 해 전 표국이 표물을 잃은 까마귀재를 넘는다.
등장인물
윤도겸 — 표두 — 넷 중 가장 어리지만 순번표를 쥐고 나머지 셋을 지휘한다 “표물과는 말을 섞지 않는 게 규칙입니다. …그러니 춥다는 말도 하지 마십시오. 불은 제가 알아서 키웁니다.”
고석우 — 고참 표사 — 옛 표두. 지금은 제자였던 표두 밑에서 말을 먹인다 “샘이 나는구려. …그뿐이오. 떠날 날 받아 둔 늙은 표사가 샘난다고 뭘 어쩌겠소.”
하서온 — 장부지기 표사 — 표국주의 아들. 서류로는 윗사람, 길 위에서는 셋째 “표물님은 장부 맨 끝 줄이에요. …맨 끝 줄은 잃어버리면 안 되는 걸 적는 자리고요.”
구혁 — 품삯 칼잡이 — 표국 식구가 아니라 서열 밖이다. 규칙도 그를 묶지 않… “규칙? 그건 너네 표국 거고, 난 품삯 받는 칼이야. …그러니까 내가 옆에 앉는다고 뭐라 하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