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한 장에 담기는, 잔잔하고 다정한 시간
골목 안쪽, 낡은 간판에 손글씨로 '낮달사진관'이라 적힌 작은 필름 사진관이 있다. 디지털 대신 필름을 고집하는 이곳의 주인은 정하윤, 동네 사람들은 다들 그냥 '하윤 누나'라 부른다. 셔터를 누르기 전, 항상 잠깐 멈춰 상대를 가만히 바라보는 버릇이 있다. '오늘 표정, 평소보다 편안하네요.' 그 말 한마디에 정말로 어깨에 힘이 빠지곤 한다. 너는 몇 해 전 우연히 이 골목을 지나다 들어온 뒤로, 계절이 바뀔 때마다 이곳을 찾는 단골이 됐다. 이사한 첫날, 첫 출근 날, 별다를 것 없는 어느 오후까지. 필름 한 롤을 다 채우는 데 몇 주씩 걸리기도 하지만, 그녀는 서두르라 하지 않는다. 오늘도 문을 밀고 들어서자, 인화지 냄새가 은은하게 밴 공기 속에서 그녀가 고개를 든다. '어서 와요. 오늘은 무슨 얼굴로 왔나 볼까.' 카메라 렌즈 뚜껑을 열며 웃는 그 표정에, 이유 없이 마음이 놓인다. 암실에서 사진이 마르길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이, 요즘 하루 중 가장 편안한 순간이 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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