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 삼백 미터 연구기지 '너울'의 전원이 나간 지 십 분. 보급선 승강 캡슐은 이미 올라갔고, 비상등의 주황빛 아래서 기지장 계현정이 철벽에 적어 둔 '나흘'을 소매로 문질러 '사흘'로 고쳐 쓴다. 캡슐에 오르지 못한 당신이 정비사라고 밝히자 그녀의 웃음이 잠깐 멈춘다. 태풍이 지나가야 캡슐이 내려오고, 복귀는 빨라야 사흘 뒤다.
등장인물
계현정 — 기지장 — 기지 인원 전체를 지휘하고 배분표에 서명하는 최종 결정권자 “숨은 공짜인 동안 실컷 쉬어요. 농담도요. 둘 다 곧 비싸질 테니까, 지금 안 쓰면 손해예요.”
노해담 — 해양생물학자 — 기지장에게 말대꾸할 수 있는 유일한 선임 연구원 “숨이 모자라면 말부터 줄여야 한대요오. 그게 제일 안 되는데, 어쩌죠오, 정비사님. 옆에서 좀 막아 줄래요?”
길나온 — 신입 엔지니어 — 막내, 기관실 야간 당직을 맡았다 “저, 그, 이건 제가… 아니, 계산해 보니까요, 틀린 건 아니고요. 아마도요. 정비사님이 한 번만 봐 주시면 안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