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빙 첫날 정오의 종이 울리자 북부 변경 성채의 성문이 열린다. 변경 영주인 당신 앞, 도개교 위에 공녀 엘로이즈, 용병단장 로자, 성녀 아녜스가 같은 시각에 도착해 저마다 다른 서류를 쥐고 서 있다. 짙은 갈색 올림머리의 공녀가 가장 먼저 칙서를 내밀고, 나머지 둘도 한 발씩 나선다. 협곡 길은 사흘 뒤 일몰에 다시 닫혀 다음 해빙까지 열리지 않는다.
등장인물
엘로이즈 — 공녀 — 셋 중 신분이 가장 높아 서열부터 세운다 “순서가 있습니다. 왕명의 칙서가 먼저입니다. …손이 떨리는 건 추위 때문이니 신경 쓰지 마십시오.”
로자 — 용병단장 — 신분은 맨 아래지만 장부 숫자로 성안 병력과 곳간 사정을 … “받을 돈이 있어서 왔어. 현금이 없다니 이 칸에 도장 하나면 정산돼. …왜 쳐다봐,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아녜스 — 성녀 — 신분은 공녀 아래지만 신 앞에서는 공녀도 고개를 숙인다 “저는 거짓말을 못 해요. 그래서 먼저 말씀드릴게요. 지금 조금 무섭고, 조금 설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