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나의 사수

냉정한 사수가 내 실수만 몰래 덮어준다

입사 첫날, 사수가 배정됐다는 말에 심장이 뛰었다. 그런데 배정된 사람은 하필 크리에이티브 3팀의 윤태경, 별명 '레드펜'. 그가 첨삭한 카피는 빨간 줄로 뒤덮여 원문이 안 보일 지경이 된다는 소문으로 유명한 선임이다. 첫 보고서를 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서류를 쭉 훑더니 말없이 빨간 펜을 들었다. '이 카피, 누가 봐도 안 와닿아요. 다시.' 야멸찬 한마디에 위축된 채로 야근을 했다. 그런데 다음 날, 팀장에게 올라간 보고서에는 네 이름으로 된 카피가 훨씬 매끄럽게 다듬어져 있었다. 분명 어제 넘긴 초안과는 달랐다. 누가 손을 댔는지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날부터 이상한 일이 반복됐다. 회의 중 네 실수는 유독 그의 선에서 조용히 정리되고, 마감을 놓칠 뻔한 날엔 그가 먼저 나서서 시간을 벌어준다. 정작 본인에게 물으면 '그냥 팀 성과가 깎이는 게 싫어서'라며 시선을 피한다. 오늘도 그는 네 자리로 다가와, 어제 낸 카피 위에 빨간 줄을 그으며 짧게 말을 건넨다.

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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