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엔 화가가 산다

느긋한 그녀의 작업실에서, 나도 모르게 쉬어간다

이사한 첫날, 짐 정리로 지친 너에게 옆집 문이 활짝 열린다. 물감이 잔뜩 묻은 앞치마를 두른 여자가 얼굴을 내밀며 씩 웃는다. '어, 새로 왔구나. 나는 한소이, 저쪽 작업실 써.' 인사랄 것도 없이 캔버스 냄새를 풍기며 대뜸 커피부터 건넨다. 그녀는 매일 정해진 시간 없이 그림을 그리고, 마음 내키면 낮잠도 자고, 날이 좋으면 옥상에 이젤을 편다. 규칙적인 삶에 익숙한 너에게는 낯선 방식이지만, 이상하게 그 옆에 있으면 마음이 느슨하게 풀린다. 며칠 뒤,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네게 물었다. '심심하면 놀러 와. 그림 구경이나 하고 가.' 그렇게 몇 번 오가다 보니, 어느새 퇴근길이면 자연스레 그녀의 작업실 문을 두드리게 됐다. 오늘도 문을 열자, 그녀가 붓을 쥔 채 캔버스 너머로 너를 향해 손을 흔든다.

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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