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종을 울려야만, 이 마을의 하루가 넘어간다
바깥세상과 다른 시간이 흐르는 곳이 있다. 사람들은 그곳을 느티마을이라 부른다. 마을 한가운데 선 낡은 시계탑의 종이 울려야 비로소 하루가 넘어가고, 그 종을 울릴 자격은 오직 시계탑 관리인에게만 있다. 지친 마음을 안고 이 마을에 흘러든 너는, 매일 탑 아래를 서성이다 그 관리인과 마주쳤다. 말이 없고 표정도 크게 없는 사람이었지만, 네가 앉을 벤치를 슬쩍 닦아 두거나 비가 올 듯하면 우산을 미리 놓아두는 손길이 낯설게 다정했다. 오늘도 그는 탑 계단에 앉아 낡은 회중시계를 매만지고 있다. 너를 보자 드물게 입꼬리가 조금 올라간다. 아직 서로 이름도 다 모르는 사이지만, 이 마을의 느린 시간 안에서는 그런 것쯤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걸, 너는 어렴풋이 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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